주식 시장에서 초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빠지는 함정은 '시장을 앞서가려는 욕심'입니다.

"지금이 정말 고점일까?", "이제는 반등할 때가 되지 않았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저점과 고점을 맞히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시장을 오래 경험할수록 한 가지 사실이 또렷해집니다. 대부분의 치명적인 손실은 너무 빨리 시장을 예측하려 했을 때 발생하며, 의외로 꾸준하고 큰 수익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거대한 흐름에 조용히 올라탔을 때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추세추종(Trend Following)'이라는 전략과 마주하게 됩니다.

01. 추세추종은 예측이 아니라 ‘동의’에 가깝다

추세추종 전략은 미래를 점치는 예언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시장이 선택한 방향에 뒤늦게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 "왜 올랐을까?"라는 이유를 따지며 의심하기보다, "시장이 지금 상승을 선택하고 있구나"라는 엄연한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의 바탕에는 '추세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강력한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시장에는 물리 법칙과 같은 '관성'이 존재합니다. 한 번 형성된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으며, 참여자들의 집단 심리가 완전히 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추세추종은 바로 이 '심리의 지연'이 만들어내는 긴 꼬리를 끝까지 향유하는 전략입니다.

거대한 파도 위에서 흐름을 타며 균형을 유지하는 서퍼의 모습


02. 왜 우리는 추세의 초입을 늘 망설이며 놓칠까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추세의 초입은 언제나 우리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지금 들어가면 상투 아닐까?"

"잠깐 오르다 말겠지."

하지만 이 불편한 감정이야말로 추세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역설적인 신호이기도 합니다. 아직 모두가 확신하지 못하고 의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추세가 정말 끝나갈 무렵의 분위기는 더없이 아늑하고 편안합니다. 긍정적인 뉴스만이 넘쳐나고 주변에서도 "이건 무조건 계속 간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다수가 안심하고 비로소 뛰어드는 그 시점은, 안타깝게도 추세의 후반부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03. ‘방향’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추세추종 투자자에게 "지금 오르느냐, 내리느냐"는 단기적인 지표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은 오직 이것입니다.

  • 지속성: 이 움직임이 얼마나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는가?
  • 복원력: 조정이 나와도 흐름이 깨지지 않고 다시 방향을 잡는가?
  • 구조적 안녕: 가격의 흔들림이 아니라 상승의 구조 자체가 유지되고 있는가?

그들은 매일의 작은 일렁임(Noise)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잠깐의 조정은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추세가 살아 있음을 재확인하는 정화 과정으로 해석하며 호흡을 길게 가져갑니다.

강한 바람을 활용해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돛단배


04.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의 저항’을 견디는 일

많은 사람이 추세추종 전략을 '이동평균선 몇 줄을 긋는 단순한 기술'로 폄하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전략이 실전에서 지독하게 어려운 이유는 기술적 복잡함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심리적 저항'에 있습니다.

  • 이미 비싸진 가격을 매수해야 하는 불안
  • 조정의 깊이만큼 흔들리는 나약함
  • 최고점에서 팔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집착

추세추종은 이 본능적인 감정들을 이성으로 억누르고 견디는 싸움입니다. 그래서 이 길은 종종 지루하고, 답답하며, 확신이 없는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불확실한 구간을 묵묵히 견뎌낸 자만이 추세가 주는 가장 달콤한 열매를 맛볼 자격을 얻습니다.

05. 추세추종은 만능 열쇠가 아니다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인정해야 합니다. 추세추종 전략은 모든 계절에 통하는 만능 열쇠가 아닙니다. 방향성 없이 좁은 박스권에서 지루하게 횡보하는 시장에서는 잦은 손절과 '계좌가 갉아먹히는' 고통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전략은 "항상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추세가 형성된 시장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에필로그: 추세를 따른다는 것, 겸손을 선택하는 일

추세추종 전략의 본질은 차트 분석 기술이 아닙니다. 그 핵심에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겠다'는 위대한 겸손의 선택이 있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나보다 거대하며, 나의 얄팍한 논리보다 훨씬 더 끈질기게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추세추종 투자자는 정답을 맞히는 '예언자'가 되기보다, 시장이 이미 몸소 보여주고 있는 방향을 존중하는 '관찰자'가 되기를 자처합니다. 추세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 끝은 언제나 시장이 먼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줍니다. 추세추종은 그 신호를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고요하지만 강력한 전략입니다.